디지털 사회
디지털 기술은 데이터를 모으고 다루고 나누는 장치와 시스템입니다. 이번에는 그 기술이 사회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를 봅니다. 먼저 자주 쓰이는 말 하나를 확인하고 가겠습니다.
디지털 사회(digital society)
디지털 기술이 몇몇 분야의 편리한 도구에 머무르지 않고, 교육 · 의료 · 교통 · 금융처럼 사회를 지탱하는 여러 분야의 바탕이 된 사회를 말합니다.
이 정의에서 눈여겨볼 것은 「도구」와 「바탕」의 차이입니다. 도구는 없으면 조금 불편한 것이고, 바탕은 없으면 그 위의 것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어느 쪽인지 알아보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멈춰 보면 됩니다.
통신이 몇 시간 끊긴다면
가게에서 카드 결제가 되지 않고, 버스가 언제 오는지 알 수 없고, 병원에서 진료 기록을 불러오지 못하고, 수업 자료를 열 수 없습니다. 통신이 끊겼을 뿐인데 통신과 상관없어 보이던 일들이 함께 멈춥니다.
이것이 「바탕이 되었다」는 말의 뜻입니다. 편리해진 정도가 아니라, 그것을 전제로 다른 일들이 다시 짜였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디지털 사회를 이야기할 때 좋아진 점만 세는 것은 절반만 보는 것입니다. 바탕이 된 만큼 그 바탕에 올라서지 못한 사람이 겪는 일도 함께 커졌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격차」 절이 그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의 하루에서 「멈추면 대신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디지털 기술을 하나 꼽아 보세요. 십 년 전에도 그랬을까요?
같은 기술, 다른 쓰임
「의료에서는 이렇게, 교통에서는 저렇게 쓰인다」를 분야마다 외우는 것은 별 소용이 없습니다. 금세 잊고, 새로운 분야가 나오면 또 막힙니다. 대신 분야를 가로질러 같은 모양을 찾아보겠습니다.
| 분야 | 무엇을 측정해 쌓는가 | 그것으로 무엇을 정하는가 |
|---|---|---|
| 교통 | 버스와 차량이 지금 어디에 있는가 | 언제 도착한다고 알릴지, 어느 길을 안내할지 |
| 의료 | 맥박 · 체온 같은 몸의 상태 | 어떤 검사를 더 볼지, 의사에게 무엇을 먼저 보여 줄지 |
| 환경 | 지역마다 시간마다 쓰는 전기의 양 | 어디로 전기를 더 보낼지, 언제 아껴 달라고 알릴지 |
| 교육 | 학생이 어떤 문제를 맞히고 틀렸는가 | 다음에 어떤 문제를 내줄지 |
| 산업 | 공장 기계의 떨림과 온도 | 고장 나기 전에 언제 정비할지 |
다섯 줄이 모두 같은 모양입니다
무언가를 측정해 쌓고 → 쌓인 것에서 흐름을 읽어 → 다음에 할 일을 정한다. 분야가 달라도 뼈대는 대개 이것 하나입니다. 정류장의 버스 도착 안내도 같은 모양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분야를 만났을 때 물어볼 것도 정해집니다. 「여기서는 무엇을 측정하고 있고, 그것으로 무엇을 정하고 있나?」
뼈대는 같아도 무게는 다릅니다
여기서 한 가지를 덧붙여야 합니다. 다섯 줄의 모양이 같다고 해서 틀렸을 때 벌어지는 일까지 같지는 않습니다.
길 안내가 틀리면
조금 돌아가면 됩니다. 다음에는 다른 길로 가면 되고, 틀렸다는 것도 금방 압니다.
몸 상태 판단이 틀리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틀렸다는 사실조차 한참 뒤에 드러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분야에서 잘 됐으니 저 분야에도 그대로 쓰자」는 생각은 조심해야 합니다. 기술을 옮길 때 함께 검토해야 하는 것은 틀렸을 때 누가 무엇을 감당하는가입니다.
표의 교육 줄을 보세요. 여기서 판단이 틀리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길 안내 쪽에 가까울까요, 몸 상태 쪽에 가까울까요?
디지털 격차
디지털 기술이 바탕이 되면서 함께 커진 문제가 있습니다. 바탕에 올라서지 못한 사람의 어려움입니다.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
디지털 기술에 다가가고 그것을 쓰는 정도가 사람마다 달라서 생기는 차이를 말합니다. 기술을 잘 쓰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얻는 기회의 차이까지 벌어질 때 문제가 됩니다.
이 격차는 한 덩어리가 아니라 두 층으로 되어 있습니다. 나누어 보아야 무엇을 해야 할지가 보입니다.
다가가지 못한다
기기가 없거나, 인터넷이 닿지 않거나, 요금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출발선에 서지도 못한 상태입니다.
있어도 쓰지 못한다
기기는 있지만 어디를 눌러야 할지 모릅니다. 화면이 조금만 바뀌어도 다시 막힙니다. 기기를 나눠 주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층입니다.
골라 쓴다
여러 방법 중에서 필요한 것을 고르고, 새 서비스가 나와도 금방 익힙니다. 이 칸에 선 사람과 아래 칸 사람 사이에서 얻는 기회의 차이가 벌어집니다.
두 층을 나누는 것이 왜 중요할까요? 해야 할 일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첫째 문턱은 기기와 연결로 넘을 수 있지만, 둘째 문턱은 그것만으로 넘지 못합니다. 배울 곳과 물어볼 사람이 있어야 넘어갑니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좁혀질까
「기술이 흔해지면 결국 다 쓰게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그렇게만 흘러가지 않는 까닭이 있습니다. 서비스가 먼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앞서가는 쪽에 맞춰 바뀐다
많은 사람이 앱으로 예약하게 되면 전화 예약 창구는 줄어듭니다. 무인 주문기가 놓이면 주문받는 사람이 줄어듭니다. 서류를 온라인으로 뗄 수 있게 되면 창구 시간이 짧아집니다.
못 쓰는 사람이 그대로인데 대신할 길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격차는 가만두면 좁혀지기보다 못 쓰는 사람이 더 불편해지는 쪽으로 가기 쉽습니다.
그렇다고 무인 주문기를 없애자는 말은 아닙니다. 여기에는 쉽게 답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무인 주문기로 통일한다면
- 지키는 것 — 줄이 짧아지고, 주문 실수가 줄고, 값이 덜 든다.
- 내려놓는 것 — 화면을 다루기 어려운 사람은 그 가게를 쓰지 못한다.
사람 창구를 함께 남긴다면
- 지키는 것 — 누구도 문 앞에서 돌아서지 않는다.
- 내려놓는 것 — 두 가지를 함께 두는 비용은 계속 든다. 줄어드는 손님을 위해 남겨 두기가 쉽지 않다.
어느 쪽을 고르든 무언가는 내려놓게 됩니다. 화면을 더 알아보기 쉽게 만드는 것처럼 둘 다를 조금씩 살리는 길도 있지만, 그 역시 만드는 데 품이 들고 모든 어려움을 없애 주지는 못합니다. 이 물음에 모두가 만족할 답은 아직 없습니다. 다만 「누가 밀려나는가」를 세어 보지 않고 정하는 것과 세어 보고 정하는 것은 다릅니다.
학교에서 온라인으로만 할 수 있는 일을 하나 떠올려 보세요. 그것을 하지 못하는 학생이 있다면, 두 층 가운데 어느 문턱에 걸린 것일까요?
남는 걱정거리
격차 말고도 함께 커진 것들이 있습니다. 지금은 무엇이 문제인지 확인하는 데까지만 봅니다.
개인에 대한 것이 함께 쌓인다
측정하는 일이 늘면 사람에 대한 기록도 함께 늘어납니다. 흔적 하나하나는 대수롭지 않아 보여도 이어 붙이면 한 사람이 드러납니다.
만든 사람의 몫이 흐려진다
글과 그림과 음악을 똑같이 복사해 퍼뜨리기가 쉬워졌습니다. 누가 만들었고 어디까지 써도 되는지가 예전보다 헷갈리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기술이 방향을 정해 주지는 않는다
이런 걱정거리를 「기술이 발전해서 문제가 생겼다」로 정리하면 절반만 맞습니다. 같은 기술이 정반대로 쓰이는 일이 흔하기 때문입니다.
| 같은 기술 | 이렇게 쓰이면 | 이렇게 쓰이면 |
|---|---|---|
| 위치를 측정하는 장치 | 길을 잃은 사람을 빨리 찾아낸다 | 어디에 다녀왔는지가 본인 뜻과 상관없이 남는다 |
| 얼굴을 알아보는 기술 | 손이 불편한 사람도 문을 열 수 있다 | 지나가는 사람이 자기도 모르게 누구인지 식별된다 |
| 학습 기록을 쌓는 것 | 막힌 곳에 맞는 문제를 내줄 수 있다 | 한 번의 부진이 오래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된다 |
같은 기술을 두 방향으로 나누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쓰기로 정했는가입니다. 그래서 「기술이 발전하면 어떻게 될까」만 묻고 끝내면 정작 정해야 할 것을 놓칩니다. 함께 물어야 할 것은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쓰기로 할까」입니다.
새 기술을 만날 때마다 물을 것
- 이 변화로 누가 편해지고 누가 밀려나는가?
- 여기서 판단이 틀리면 누가 그 결과를 감당하는가?
- 같은 기술을 다른 방향으로 쓸 수는 없는가?
표에 없는 기술을 하나 골라 양쪽 칸을 직접 채워 보세요. 두 칸을 나누는 것은 무엇이었나요?
핵심 정리
디지털 사회
- 디지털 기술이 도구를 넘어 바탕이 된 사회다.
- 바탕인지 알아보려면 멈춰 보면 된다. 상관없어 보이던 일까지 함께 멈춘다.
- 바탕이 된 만큼, 그 위에 올라서지 못한 사람의 어려움도 함께 커졌다.
같은 기술, 다른 쓰임
- 분야가 달라도 뼈대는 대개 같다 — 측정해 쌓고, 흐름을 읽고, 다음 할 일을 정한다.
- 새 분야를 만나면 「무엇을 측정하고, 그것으로 무엇을 정하나」를 물으면 된다.
- 뼈대가 같아도 틀렸을 때의 무게는 분야마다 다르다.
디지털 격차
- 두 층이다 — 다가가지 못하는 어려움과 있어도 쓰지 못하는 어려움.
- 층마다 해야 할 일이 다르다. 기기를 나눠 주는 것으로 둘째 층은 넘지 못한다.
- 서비스가 앞서가는 쪽에 맞춰 바뀌므로 가만두면 좁혀지기 어렵다.
남는 걱정거리
- 측정하는 일이 늘면 사람에 대한 기록도 함께 늘어난다.
- 복사가 쉬워지면서 만든 사람의 몫이 흐려지는 일이 많아졌다.
- 기술이 방향을 정해 주지 않는다. 같은 기술이 정반대로 쓰일 수 있다.
확인 퀴즈
배운 내용을 확인해 봅시다.
어떤 기술이 사회의 바탕이 되었는지 알아보는 방법으로 알맞은 것은?
분야가 달라도 반복되는 공통된 뼈대는?
「어르신께 스마트폰을 나눠 드렸는데도 예약을 못 하신다」 — 이 상황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알맞은 것은?
디지털 격차가 가만두면 좁혀지기 어려운 까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