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뮬레이션
데이터 분석은 이미 일어난 일을 다룹니다. 쌓인 기록을 읽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냅니다. 그런데 우리가 정말 알고 싶은 것은 대개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입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는 기록이 없습니다.
시뮬레이션(simulation)
현실의 한 조각을 규칙으로 옮겨 컴퓨터 안에서 실행해 보는 것입니다. 실제로 해 보지 않고도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되겠다」를 미리 볼 수 있습니다. 우리말로는 모의 실험이라고 합니다.
실행해 보려면 먼저 모형(model, 모델)이 있어야 합니다.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려 보는 것도 일종의 모형 실험입니다. 다른 점은 종이 대신 규칙으로 만든다는 것뿐입니다.
모형은 현실에서 무언가를 덜어 낸 것입니다. 현실을 그대로 옮기면 현실만큼 복잡해져서 실행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 정하는 것이 모형을 만드는 일입니다.
이런 것도 모형이다
온도와 습도를 하나의 숫자로 합치는 식도 모형입니다. 「더위」라는 현실의 모형입니다. 바람도 햇볕도 옷차림도 덜어 내고 두 값만 남긴 것입니다.
이런 식을 쓸 때 무엇을 덜어 냈는지 밝혀 두는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모형은 현실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우리의 생각입니다.
지도도 현실의 모형입니다. 지도를 만들 때 덜어 낸 것을 세 가지만 말해 보세요. 실제 땅과 똑같은 지도가 있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왜 하는가
해 볼 수 있다면 실제로 해 보는 편이 확실합니다. 진짜니까요. 그런데 실제로 해 볼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네 가지입니다.
네 가지에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여러 번 해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 번만 할 수 있는 일은 고를 수가 없습니다. 시뮬레이션이 주는 것은 결국 여러 번 해 볼 기회입니다.
여러 번 해 볼 수 있으면 달라지는 것
- 고를 수 있다 — 셋을 실행해 보고 가장 나은 것을 고른다.
- 극단을 볼 수 있다 — 「최악이면 어디까지 나빠지나」를 실제 피해 없이 확인한다.
- 왜 그런지 알 수 있다 — 조건 하나만 바꿔 가며 실행하면 무엇이 결과를 움직이는지가 드러난다.
「왜 그런지 알 수 있다」가 특히 값집니다. 도시나 사회처럼 큰 현실에서는 조건 하나만 바꾸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모형 안에서는 나머지를 다 붙들어 놓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절약되는 것
실제로 지어 보거나 바꿔 보는 것에 비하면 돈과 시간이 덜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안 써도 되는 자원을 안 쓰게 됩니다. 시험 삼아 지었다가 허무는 건물이 없고, 해 보고 아니어서 되돌리는 공사가 없습니다.
이것이 시뮬레이션을 지속 가능한 발전과 이어 말하는 까닭입니다. 쓰고 나서 아끼는 것이 아니라 헛되이 쓸 일을 애초에 줄여 줍니다.
학교에서 「한 번밖에 못 하는 일」을 하나 떠올려 보세요. 미리 실행해 볼 수 있다면 무엇을 확인해 보고 싶은가요?
어디에 쓰이나
네 가지 까닭에 걸리는 일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다섯 분야만 보겠습니다. 읽으면서 어느 까닭에 해당하는지 확인해 보세요.
| 분야 | 무엇을 실행해 보나 | 어느 까닭인가 |
|---|---|---|
| 건설 | 다리와 건물이 바람과 흔들림에 어떻게 버티는지. 짓기 전에 기둥의 굵기와 자리를 바꿔 가며 실행한다. | 비싸서 · 위험해서 |
| 전력 | 더운 날 오후에 전기가 얼마나 필요할지. 모자라면 어디부터 끊길지도 함께 본다. | 되돌릴 수 없어서 |
| 교통 | 신호 주기를 몇 초로 바꾸면 줄이 얼마나 짧아지는지. 실제로 바꿔 보면 그날 하루가 엉킨다. | 되돌릴 수 없어서 |
| 농업 | 물과 거름을 언제 얼마나 주면 수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한 해에 한 번밖에 못 지어 본다. | 오래 걸려서 |
| 교육과 훈련 | 다루기 어려운 장비를 화면 속에서 망가뜨려 가며 익힌다. 잘못 다뤘을 때 무슨 일이 생기는지까지 겪어 본다. | 위험해서 · 비싸서 |
「교육과 훈련」 줄이 조금 다르다
건설 · 전력 · 교통 · 농업은 무엇이 일어날지 알아보려고 실행합니다. 교육과 훈련은 사람을 훈련시키려고 실행합니다. 목적이 다르므로 만드는 방법도 달라집니다.
훈련용은 다루는 느낌이 실제와 같아야 합니다. 결과의 정확함보다 손에 오는 감각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알아보려고 실행하는 것은 화면이 투박해도 결과가 현실과 맞으면 됩니다.
게임도 시뮬레이션인가
도시를 짓거나 농장을 꾸리는 게임이 있습니다. 이것도 시뮬레이션일까요? 구조는 똑같습니다 — 규칙이 있고, 조건을 바꾸면 결과가 달라집니다. 다른 것은 목적입니다.
| 비교할 점 | 알아보려는 시뮬레이션 | 게임 |
|---|---|---|
| 규칙을 정할 때 | 현실과 맞는지를 검토한다 | 재미있는지를 검토한다 |
| 결과가 뜻밖이면 | 모형이 틀렸는지 의심한다 | 뜻밖인 것이 오히려 좋다 |
| 쓰는 사람이 원하는 것 | 현실에서 쓸 판단 | 그 안에서의 경험 |
그래서 게임으로 배운 것을 현실의 근거로 쓰면 위험합니다. 재미있게 만들려고 일부러 현실과 다르게 정한 규칙이 곳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규칙이 결과를 만든다」는 감각을 익히는 데는 게임이 아주 좋습니다.
해 본 게임 가운데 「현실과 다르게 정해 둔 규칙」을 하나 찾아보세요. 왜 그렇게 정했을까요?
얼마나 믿나
시뮬레이션 결과는 화면에 또렷한 숫자와 그림으로 나옵니다. 그래서 실제로 일어난 일처럼 보입니다. 이것이 시뮬레이션의 큰 함정입니다.
모형은 우리가 정한 규칙만큼만 안다
모형 안에는 우리가 넣은 것만 있습니다. 넣지 않은 것은 없는 것이 아니라 「고려되지 않은 것」입니다. 그런데 결과 화면에는 그 차이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교통 시뮬레이션에 공사 구간을 넣지 않았다면, 그 모형은 「공사가 없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공사를 아예 모르는 것입니다.
그러면 무엇을 믿을 수 있나
| 쓰는 방법 | 믿을 만한가 |
|---|---|
| 두 조건을 나란히 놓기 | 대체로 믿을 만하다. 값이 조금 어긋나도 두 조건에서 같은 쪽으로 어긋나면 「A가 B보다 낫다」는 방향은 맞는 경우가 많다. |
| 무엇이 크게 영향을 주는지 보기 | 쓸 만하다. 조건 하나만 바꿔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면 현실에서도 그 조건이 중요할 가능성이 높다. |
| 정확한 값을 그대로 쓰기 | 믿기 어렵다. 「37분 걸린다」를 그대로 옮겨 적으면 안 된다. 「30분대」 정도가 모형이 말할 수 있는 것이다. |
읽는 법은 하나입니다. 모형은 「얼마인가」보다 「어느 쪽인가」에 강합니다. 함께 움직였다고 원인이라 할 수 없듯이, 모형이 낸 숫자도 그대로 현실의 숫자라 할 수 없습니다.
모형을 시험하는 방법 — 아는 답으로 맞춰 보기
모형을 믿어도 되는지 확인하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이미 답을 아는 상황을 넣어 보는 것입니다. 지난해의 조건을 넣었을 때 지난해와 비슷한 결과가 나오면, 그 모형은 적어도 아는 상황에서는 맞습니다.
맞지 않는다면 덜어 낸 것 가운데 중요한 것이 있다는 뜻입니다. 되돌아가 하나를 더 넣어 봅니다. 이렇게 맞춰 가며 고치는 일이 모형을 만드는 일의 큰 부분입니다.
다만 아는 상황에서 맞는다고 처음 보는 상황에서도 맞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열 해를 잘 맞힌 모형이 전에 없던 상황에서는 크게 어긋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모형을 더 잘 만들어도 남는 한계입니다.
「지난해 조건으로 실행했더니 지난해와 똑같이 나왔다」는 모형이 있습니다. 그래도 안심할 수 없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핵심 정리
시뮬레이션
- 현실의 한 조각을 규칙으로 옮겨 실행해 보는 것이다.
- 열쇠는 「덜어 낸다」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지 정하는 것이 모형을 만드는 일이다.
- 모형은 현실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다.
왜 하는가
- 위험해서 · 비싸서 · 오래 걸려서 · 되돌릴 수 없어서.
- 넷의 공통점은 「여러 번 해 볼 수 없다」는 것이다.
- 모형 안에서는 조건 하나만 바꿀 수 있다. 도시나 사회 같은 현실에서는 매우 어렵다.
어디에 쓰이나
- 건설 · 전력 · 교통 · 농업은 알아보려고 실행한다.
- 훈련용은 다루는 느낌이 중요하고, 알아보려는 것은 결과가 현실과 맞는지가 중요하다.
- 게임은 구조가 같지만 규칙을 재미로 정한다. 현실의 근거로 쓰면 위험하다.
얼마나 믿나
- 넣지 않은 것은 「없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이다.
- 모형은 「얼마인가」보다 「어느 쪽인가」에 강하다.
- 아는 답으로 맞춰 보는 것이 모형을 시험하는 방법이다. 다만 처음 보는 상황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확인 퀴즈
배운 내용을 확인해 봅시다.
모형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판단은?
시뮬레이션을 쓰는 네 가지 까닭의 공통점은?
시뮬레이션 결과를 가장 믿고 쓸 수 있는 방법은?
교통 모형에 공사 구간을 넣지 않았다면 그 모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