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아트
예술에서도 컴퓨터를 도구로 쓴 것과 컴퓨터가 있어야만 성립하는 예술을 구별해야 합니다. 태블릿으로 그린 그림은 연필 대신 태블릿을 쓴 것입니다. 그린 사람도, 보는 방식도, 완성된 뒤 바뀌지 않는다는 점도 종이 그림과 같습니다.
미디어 아트(media art)
빛 · 소리 · 화면 · 움직임 같은 디지털 매체 자체를 재료로 삼는 예술입니다. 물감이 그림의 재료이듯, 여기서는 「센서가 읽은 값」과 「그에 따라 달라지는 반응」이 재료가 됩니다.
이 수업에서 구분하는 기준은 「완성된 뒤에도 작품이 달라지는가」입니다. 넓게 보면 정해진 영상을 틀어 보여 주는 비디오 아트도 미디어 아트에 속하지만, 이 단원에서 만들 작품은 센서에 반응하는 쪽이라 이 기준으로 봅니다. 종이에 그린 그림은 다 그린 순간 멈춥니다. 미디어 아트는 전시가 열려 있는 동안 계속 달라집니다. 관람자가 다가서면 다가선 만큼, 밖이 어두워지면 어두워진 만큼.
「계속 달라지는 작품」 그림에서는 「답한다」 화살표를 보세요. 작품이 관람자에게 답을 합니다. 그러려면 작품 안에 「무엇을 보고 어떻게 답할지」를 적어 둔 것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소프트웨어입니다.
작가가 만드는 것이 달라진다
화가는 결과 한 장을 만듭니다. 미디어 아트 작가는 결과가 아니라 「이러면 저렇게 한다」는 규칙을 만듭니다. 그래서 작가 자신도 전시가 어떤 모습이 될지 다 알지 못합니다. 관람자가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커다란 화면에 영상을 계속 틀어 두는 작품이 있다고 합시다. 이것은 미디어 아트일까요? 「완성된 뒤에도 달라지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해 보세요.
무엇이 달라지나
작품이 답을 하게 되면 예술을 둘러싼 것들이 줄줄이 달라집니다. 세 가지만 살펴보겠습니다.
관람자가 작품의 일부가 된다
관람자에게 답하는 작품은 사람이 없으면 아무 일도 하지 않습니다. 그림은 아무도 없는 전시장에서도 그림이지만, 이런 작품은 사람이 와야 켜집니다.
같은 작품을 다르게 본다
두 사람이 같은 시각에 들어가도 본 것이 다릅니다. 「어제 본 그 장면」을 다시 보여 달라고 할 수 없습니다.
전시장을 벗어난다
건물 벽, 광장 바닥, 지하철역, 다리 난간. 사람이 지나다니는 곳이 오히려 좋은 자리가 됩니다. 지나가는 사람이 작품의 재료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로 생기는 어려움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답을 하는 작품에는 그림에는 없던 문제가 따라옵니다.
| 어려움 | 무슨 일이 생기나 |
|---|---|
| 고장 나면 멈춘다 | 센서 하나가 고장 나면 작품이 겉모습은 있으나 답은 없는 물건이 된다. 그림은 못이 하나 빠져도 그림이다. |
| 오래 보존하기 어렵다 | 부품과 프로그램은 몇 해만 지나도 구하기 어려워지기 쉽다. 백 년 뒤에도 같은 작품을 켤 수 있을지가 미술관의 숙제가 된다. |
| 사람을 읽는다 | 움직임을 읽는다는 것은 사람의 위치를 읽는다는 뜻이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남기지 않을지 정해야 한다. |
| 누구는 답을 못 받는다 | 키가 작거나 휠체어를 탄 관람자를 센서가 못 알아보면 그 사람에게만 작품이 조용하다. |
「누구는 답을 못 받는다」 줄은 기술이 누구에게 좋은지를 검토하는 일과 같습니다. 작품을 만들 때도 누가 답을 받지 못하는지를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오래 보존하기 어렵다」를 줄이려면 미술관이 무엇을 함께 보관해 두어야 할까요? 작품 자체 말고 무엇이 더 필요할지 생각해 보세요.
갈래
미디어 아트 안에도 여러 갈래가 있습니다. 갈래를 나누는 기준은 「무엇이 작품을 움직이는가」입니다. 셋만 보겠습니다.
인터랙티브 아트(interactive art)
관람자가 움직이면 작품이 답합니다. 다가서기 · 손 흔들기 · 소리 내기 · 발 딛기가 입력이 됩니다. 관람자가 없으면 작품은 조용합니다.
키네틱 아트(kinetic art)
작품 자체가 실제로 움직입니다. 화면 속에서가 아니라 눈앞에서 돌고, 접혔다 열리고, 오르내립니다. 모터와 관절이 재료가 되고, 그 움직임의 차례와 속도가 작가가 짜는 것입니다.
데이터를 보여 주는 작품
사람이 아니라 바깥에서 계속 들어오는 숫자가 작품을 움직입니다. 그날의 공기 상태, 바람의 세기, 물의 온도 같은 것입니다. 관람자는 조작하지 않고 「지금 어떤지」를 봅니다.
셋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습니다. 데이터로 색이 정해지면서 사람이 다가서면 모양이 바뀌고, 그 바뀜을 모터가 실제 움직임으로 보여 주는 작품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갈래는 작품을 분석할 때 쓰는 이름이지 서랍이 아닙니다.
무엇이 작품을 움직이는가로 나누어 보기
| 갈래 | 무엇이 움직이게 하나 | 그것이 없으면 |
|---|---|---|
| 인터랙티브 아트 | 관람자의 행동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빈 전시장에서는 조용하다. |
| 키네틱 아트 | 정해 둔 움직임의 차례 | 사람이 없어도 계속 움직인다. 전원이 끊기면 멈춘다. |
| 데이터를 보여 주는 작품 | 바깥에서 들어오는 숫자 | 끊겼을 때 할 일을 정해 두지 않으면 마지막 값에 멈춰 선다. 멈춘 줄도 모르기 쉽다. |
「그것이 없으면」 열이 중요합니다. 「무엇이 끊기면 어떻게 되는가」를 보면 그 작품이 무엇에 기대고 있는지가 드러납니다. 세 갈래 가운데서는 데이터를 보여 주는 작품처럼 고장인지 아닌지 구별되지 않는 경우가 가장 다루기 까다롭습니다.
데이터를 보여 주는 작품에서 숫자가 끊겼다는 것을 관람자가 알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작품을 망치지 않으면서 알리는 방법을 생각해 보세요.
작품 읽는 법
미디어 아트를 볼 때 「신기하다」에서 멈추지 않으려면 물어볼 것을 정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네 가지면 충분합니다.
앞의 셋은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묻습니다. 마지막 하나는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를 묻습니다. 셋만 보면 작품이 아니라 장치를 본 것이 되고, 마지막만 보면 무엇을 보고 그렇게 해석했는지 근거가 없어집니다.
해 본 보기 — 계단에 놓인 빛
지하철 계단 옆 벽에 긴 띠 모양의 빛이 있습니다. 사람이 계단을 오를 때는 빛이 천천히 따라 올라오고, 뛰어 내려갈 때는 확 흩어졌다가 다시 모입니다. 아무도 없을 때는 아주 희미하게 숨 쉬듯 밝기가 오르내립니다.
| 무엇을 받나 | 계단 옆에 늘어놓은 센서가 사람이 지나간 자리와 시각을 읽는다. 누구인지는 읽지 않는다. |
| 어떻게 판단하나 | 이웃한 센서가 얼마나 짧은 간격으로 이어 반응했는지로 빠르기를 가늠한다. |
| 무엇으로 답하나 | 띠에 박힌 낱개의 빛을 켜는 순서와 밝기로 답한다. 소리는 내지 않는다. |
| 무엇을 말하려 하나 | 서두를수록 빛이 흩어지는 것을 보며 자기 걸음의 속도를 알아차리게 하려는 듯하다. 다만 이것은 보는 사람의 해석이지 정답은 아니다. |
마지막 칸에 「정답은 아니다」를 붙인 것에 주목하세요. 작품의 뜻은 작가가 밝히지 않는 한 확정되지 않습니다. 그럴 때는 내가 무엇을 보고 그렇게 읽었는지를 함께 말하면 됩니다.
해 보기 — 내가 본 작품 읽기
- 주변에서 사람에게 반응하는 것을 하나 찾습니다. 전시된 작품이 아니어도 됩니다. 자동문도, 센서 등도 괜찮습니다.
- 네 물음으로 표를 채웁니다. 앞의 셋은 관찰로 채우고, 넷째는 추측으로 채우되 「무엇을 보고 그렇게 읽었는지」를 붙입니다.
- 넷째 칸을 채우다 보면 「이건 작품이 아니라 그냥 장치인데」 싶어질 수 있습니다. 그 차이가 무엇인지 한 줄로 적어 보세요.
계단의 빛이 「누구인지는 읽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만약 누구인지까지 읽는다면 무엇이 더 가능해지고, 무엇을 내려놓게 될까요?
핵심 정리
미디어 아트
- 빛 · 소리 · 화면 · 움직임 같은 디지털 매체 자체를 재료로 삼는 예술이다.
- 이 수업에서 구분하는 기준은 「완성된 뒤에도 작품이 달라지는가」다. 넓게는 정해진 영상을 트는 비디오 아트도 미디어 아트다.
- 작가가 만드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이러면 저렇게 한다」는 규칙이다.
무엇이 달라지나
- 관람자가 작품의 일부가 되고, 같은 작품을 사람마다 다르게 본다.
- 사람이 지나다니는 곳이 오히려 좋은 자리가 된다.
- 대신 고장 · 보존 · 사람을 읽는 문제 · 답을 못 받는 관람자라는 어려움이 따라온다.
갈래
- 인터랙티브 아트는 관람자가, 키네틱 아트는 정해 둔 차례가, 데이터 작품은 바깥 숫자가 움직인다.
- 갈래는 서랍이 아니라 분석할 때 쓰는 이름이다. 겹칠 수 있다.
- 「무엇이 끊기면 어떻게 되는가」를 물으면 그 작품이 무엇에 기대는지 드러난다.
작품 읽는 법
- 무엇을 받나 · 어떻게 판단하나 · 무엇으로 답하나 · 무엇을 말하려 하나.
- 앞의 셋은 구조, 마지막 하나는 뜻이다. 한쪽만 보면 반쪽만 본 것이다.
- 뜻은 확정되지 않는다. 무엇을 보고 그렇게 읽었는지를 함께 말한다.
확인 퀴즈
배운 내용을 확인해 봅시다.
미디어 아트와 디지털 도구로 그린 그림을 구분하는 기준은?
미디어 아트 작가가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요?
데이터를 보여 주는 작품에서 가장 다루기 까다로운 상황은?
작품의 뜻을 말할 때 함께 해야 할 일은?